초금대는 반요 중에서도 요괴의 힘이 강한편이라 인간들과 비교할수 없는 힘을 지녔다. 그래서 천사장이 이서우를 설악산 산신에게 데려다주고 당분간 잘 지켜보고 도와주라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자신이 짐이 되는 상황에 대해 상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초금대의 어머니는 흑 구미호족들 중에서도 차기 족장후보로 소꼽히고 있던 후계자 중에 하나였는데, 5백년 가까이 살 동안 외유도 거의하지않고 수련만 했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요력을 쌓아 여우구슬을 완성했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가 인간을 선택해 결혼을 하고 인간이 되기를 결정하여 족장의 후계자가 되는것을 쉽게 포기했을 때 부족의 사람들의 원성이 매우컸다. 강한 족장의 등장은 전체 부족민들의 힘이 강해질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초금대의 조부모의 분노는 일반 부족민들과는 비교 할 수도 없었는데, 그의 어머니가 집안에서 거의 처음으로 족장후보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식이기는 부모는 없다는 그말은 요괴들에도 적용되는 불변의 법칙이라 그의 조부모들은 원망을 풀 방법없이 시간만 보냈다.
초금대가 태어난 이후에는 길을 잃은 원망의 대상이 초금대로 옮겨갔다.
여우족들 요력은 일반적으로 모계로 이어져서 강해졌고 보통은 순혈 구미호의 힘이 더 강하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아들이며 인간 혼혈인 초금대는 성인이 되어 요력이 개화되기 전까지 인간들 사이에서 별일없이 편하게 잘 살았다.
초금대가 12살이 되었을때 여동생이 태어나 자식에 대한 화와 초금대에 대한 불만이 조금이나마 사그라든 외가와 교류가 시작되었을때도 그와 마주칠때마다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외조모가 신경쓰이거나 하지도 않았다. 소원하던 동생이 태어난 것도 너무 기쁘고 친하지도 않은 외할머니의 표정을 신경쓰기에 이미 청소년기에 들어서서 자아가 비대해졌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그는 게임에 입문하던 시기라 어른들의 관심이야 귀찮기만 했을 뿐이었다. 모든 관심은 처음생긴 동생과 게임에만 있었다. 그래서 외할머니와 눈 맞주 칠때마다 못마땅한 듯한 한숨소리도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외할머니가 자신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아서 차라리 다행이었다.
문제는 어른이 되면서 발생했다. 성인이 되자마자 구미호로서의 요력이 개화를 했는데, 여자 아이도 아니고 인간 혼혈인 초금대의 능력이 매우 강하게 발현 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강제로 요괴들의 세상에 편입되어 애매모호한 위치에서 100년을 넘게 살게 되었다. 다들 반요인 그를 꺼려하면서도 강한 요력은 부러워했기 때문이었다.
인간도 아니고 요괴도 아니지만 능력이 강하여 족장 후계자의 위치를 넘볼수 있는 애매한 반요, 그것이 초금대 였다.
***
그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것은 결계문 옆의 소나무와 청명한 하늘이었는데 눈를 떠보니 낯선 서까래 천장이 보였다.
"정신차렸으면 일어나서 이거 마셔. '구선왕도고미수:9가지 약재를 이용해 만든 구선왕도고를 떡이아닌 음료와 죽으로 먹는방법. 한의학 상의 처방이 들어간 치유식.'에 노래하는 연꽃씨와 가을바람 청명수를 썪었다고 몸이 치유되는걸 돕는다고 하는데 무슨 음식인줄 알아? 난 이름만 들었는데도 머리가 아파. 요괴들의 음식은 이름이 다 이렇게 거창한가? 아무튼 산신님이 너 더 오래 결계밖에 있었으면 소멸했을 수도 있다고 보신해야 된다고 주셨어."
어이없게도 여기까지 도착하는 동안 계속 싸워대던 이서우가 자신의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설악산 산신의 영역에 들어온건가요?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라......"
초금대의 질문에 나는 잠시 진정 상태에 들어간 화가 다시 치밀어 오르려고 했지만, 죽다 살아난 반요에게 천천히 이 빚을 갚게 해야 했다.
"메뉴얼대로 움직였겠지? 누가 절벽위에서 기절 해서 못 깨어 나는 상태라 성인 반요를 등에 업고 알려준 방법대로 절벽위를 돌았겠지? 바람이 불만큼 빠르게?"
"............"
끊긴 기억때문에도 혼란스러웠지만 정말 당황스러운 것은 천사장이 이서우를 부탁하면서 산신에게 데려다 주라고 한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이에 이서우의 눈빛은 잘보이고 싶은 사람에게 가지는 존경? 의 시선에서 미물을 보는 듯한 상태로 바뀌었다.
초금대는 지금 어이없는 이 상황에 울화가 치밀어 오르고 요괴의 피를 각성한 이후에 처음겪는 자신을 하찮아 하는 반응에 충격을 받았지만, 자신이 짐이 되고 그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이서우는 인간인데 그 절벽에서 그를 업고 결계문을 열었다. 초금대도 인간 시절의 자신을 생각하면 자신이 없는 개문법이었는데 말이다. 이어지는 이서우의 말은 그를 고개도 들기 어렵게 만들었다.
" 산신님 말로는 설악산 입구에서 검정색 판을 들고 문을 두드리는 술법을 쓰면 이곳으로 방문자에 대해 알릴수 있다고 하시던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 너 이곳이 환술로 보호되는 곳이라 요괴는 허가받지 않으면 못들어 오는 거 몰랐어? 요괴들은 부족에서 위험방지를 위해 어릴때부터 받는....."
초금대의 얼굴이 다시 하얗게 질리는 것이 보여, 나는 바로 이야기를 멈췄다.
그래 사연하나 없는 집은 없으니까....
"죽이나 먹고나와, 나중에 이야기하자."
"도룸은 그렇다 치고, 너 뭔데 나한테 반말해? 내가 한번 도움 받았다고 같은 급은 아니잖아? 어린 인간 놈이!"
"야, 내가 너 살렸다. 늙은 반요놈아. 설마 생명의 은인한테 반말들었다고 뭐라고 하고 싶은건 아니지? 그리고 어린인간 좋아하네! 너 요괴중에서 완전 어린애라고 산신님이 걱정하더라 인간 나이로 성인된지 얼마 안됐다고? 어린게 자존심은."
복잡해 보이는 초금대를 뒤로하고 나는 마당으로 나섰다. 뒤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어린 요괴놈의 자존심을 생각 해서 모르는 척 해 줬다.
"............ 젠장할."
***
설악산 산신은 천년도 넘게 설악산을 지켜오면서 처음으로 북방신의 부탁을 받고 인간에게 주술교육을 위해 영력 교육을 하기로 했다. 인간이 육체의 바탕을 만들어 술법을 사용할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요청이었다.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 사양을 했지만 인간이 차원문을 넘어온 자라고 하여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승낙했다. 두가지 이유 때문이었는데, 첫번째는 타차원 인간이 영력을 쌓아서 술법을 쌓을 육체의 길의 닦을수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손자 때문이었다.
손자는 아픈 손가락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말을 지독하게도 듣지않는 웬수였다.
"전 못합니다. 제가 왜 인간을 가르켜야 한다는 말입니까? 전 제 수련만으로도 바빠요."
"네가 아니면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맡은일을 다하고 있고 이곳에서 너말고 아무일도 하지 않는 범족은 아무도 없는데? "
"저도 수련하고 있습니다. 산신이 되기위해서는 수련이 제일 중요하다고 한건 할아버지세요."
"............ 오소리 할아범이 너 육체 수련만하고 정신 수련은 손을 놓았다고 알려주더라. 술법수련은 하지않고 육체 단련만 하는데 산신이 될수 있다는 소리은 처음 들어보는구나. 말을 듣지 않을거면 시간여행을 떠나겠어? 네가 원하면 북방신에게 기회를 부탁해보마."
"............ 저 말고 정말로 그 일을 원하는 자가 있을겁니다. 할아버지의 손자라고 편애를 받을수는 없어요."
말만 번지르하게 하고 이리 저리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손자를 더 이상 참을 수 었었던 설악산 산신은 마지막 통보를 했다.
"산신 수련을 핑계로 정신단련은 제하고 근육만 키우고 있는 것을 편애라고 하는게야. 타 차원 출신 인간과 흑호족 출신 반요도 포함이다. 싫으면 영역을 떠나 나가면 된다. 너에게 다른 선택은 없으니 독립하거나 가르치거나. 이만 나가 보거라."
화가나서 배신당한 여자처럼 구는 손자를 외면하고 축객령을 내렸다.
어차피 녀석에게는 다른 선택은 없었다. 이번이 손자를 영역밖으로 내보낼 마지막 기회 일 수도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어릴때 사고로 너무 오냐오냐 키웠어. 마음이 아플수록 더 단단하게 마음먹고 교육을 했어야 했는데.......
"휴............."
지리산 산신의 한숨이 더 깊어져 갔다.
***
할아버지가 내게 어떻게 일어실 수가 있다는 건지 마지막 통보를 듣고도 믿을수가 없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영역을 떠나라는 이야기는 하신적이 없었는데 이번일도 모른체 하고 도망가면 진짜 나가야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산신은 절대로 빈말을 하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그말을 실천하실 것이 틀림 없었다.
산신의 손자로 평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피할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설악산 산신의 둘째이자 막내 손자인 범상강은 어릴때 무단으로 결계밖 구경을 갔다가 인간들에게 납치 당해 엄청난 고생을 한 뒤에 돌아온 뒤 절대 영역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었다.
산신의 후예들은 그 본체가 호랑이라, 성체가 되지 않은 어린 호랑이들은 그 모습이 고양이와 비슷했는데, 설악산 입구 근처까지 내려간 범상강을 인간이 오해하고 집으로 데리고 간 것이었다. 그 일이 있은뒤 그는 몇백년이 지났지만 그는 절대로 영역밖을 나갈 생각이 없었다.
언젠가는 설악산을 떠나서 자신의 터를 만들어야 된다는 어른들의 잔소리도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같이 태어난 누이가 설악산 산신자리를 물려 받으면거기에 붙어서 편하게 지낼 생각이었다. 누이가 화는 내더라도 자신을 버리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범상강은 자신이 산신이 될 생각은 발바닥의 가시 만큼도 없었다. 영물로 태어났으니 잘난 태생을 기뻐하며 게으름 피면서 편하게 사는것, 인간 세상에 잘 못 떨어졌다 겨우 집으로 돌아온 그의 마음가짐 이었다.
설악산 산신이 자기 손자의 마음의 소리를 못듣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뜬금없이 전이되어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것이 목표인 인간, 타고난 요력은 높은데 제대로 교육을 못받은 반요, 놀고 먹는것이 꿈인 호랑이 영물까지 당사자들은 전혀 원하지 않는 오합지졸들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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