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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출판 책쓰기

눈떠보니 다른세상-19-3


***

어제밤에 마을 중앙광장에 몰려들던 그 엄청난 수의 썰매들이 이곳에서 부터 온것이었는지 정글처럼 빽빽하게 웃자란 눈덮인 삼나무 숲 길을 지나 마주한 공터는 그 크기가 어마어마 했다. 끝이 어디인지 잘 보이지 않는 공터에 물류 창고처럼 보이는 크기의 건물들이 있었고, 그 사이 사이를 눈썰매들이 뜨문뜨문 떳다가 착륙했다. 꼭 쿠X물류센터에 처음 알바를 하러 갔을때 같은 풍경이었는데 다른점은 건물들이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고, 똑같은 모양의 건물이 아니라 크기는 비슷했지만 각각 다른 모양이었다.

각종 알바로 다져진 나는 그 풍경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범상강과 초금대는 다른 감상이었나 보다.

"와, 이걸 전부 요괴들의 노동력으로 다 한다는 건가? 술법 쓰는것이 빠르지 않을까? 제대로 노동력 낭비 아니야?"

"모두 다 술법을 쓸수 있는것도 아니고,  배울수 있는 능력도 각자 다르니까 그런것 아닐까요?"

"어디 부분을 술법으로 쓰는거지? 궁금하네?"

둘의 감상이 길어지느라 입구쪽에서 서성이고 있을때였다. 근처 작은길에서 갑자기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튀어나왔다. 그 옆을 썰매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아무도 타고 있지 않은 짐을 가득 실은 운반 썰매같은 것이 지나갔는데 수다 떠느라 바쁜 둘을 대신해 아이를 발견한건 나였다.

"애, 거기 있으면 위험해!"

후다닥 뛰어가서 낚아챘는데 돌아온 반응이 매우 당황스러웠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피곤해 죽겠는데 정신사납게 소리는 왜 지르고 난리야. 당장 안내려놔!"

아이는 눈밑이 다크써클로 시꺼먼데다가 피부가 애들의 뽀얀 피부로는 절대 보기 힘들게 우중충하고 푸석푸석해 보였다. 다른것보다 더 다른것은 아이의 표정이었는데, 그것은 몇일동안 지속된 야근에 시달린후 퇴근 직전의 직장인에게 당일 회식 소식이 전해진 듯한 똥 씹은 표정이랄까 아무튼 그랬다.

뒤늦게 뛰어온 둘에 의해서 의문은 바로 해소 되었다.

"요정족이네요."

"애 아니니까 그만 내려놔!"

"!......"

고성과 사과와 여러차례의 변명이 오간뒤 우리는 자기를 밀 이라고 소개한 요정족 물류 관리자를 따라서 사무실로 들어왔다.

"어디 깡촌 출신이야? 요정족도 못알아보게?"

"거 미안하게 됐다니까 그러시네! 우리 막내가 이번에 성인 된 기념으로 처음으로 하는 여행이라고 했잖습니까. 죄송한 마음에 어렵게 구한 이계 디저트도 드렸더니 계속 그러시면 다시 가지고 갈까요?"

밀의 손에는 내가 긴 여행을 예상하고 산신의 집을 떠나올때 가끔 먹으려고 챙긴 12개 세트짜리 까눌레였다. 이건 편의점 봉투가 아니라 가방에 들어있어서 자주 먹지 않았었는데 어이없게도 편의점 봉투에 오래 담아두었더니 다른 것들처럼 다시 생겨났다. 그래서 이번 여행 최고의 간식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알고보니 이계의 간식은 맛도 특별했지만 술력을 쌓기위한 특별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 같았다. 나에게 고향의 음식은 그곳과의 연결고리와 같은거라 에너지와는 상관없는데 이곳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보양식 같은거라 이계음식에 환장을 했다. 초금대는 특히 단음식을 좋아했는데 그래서 나와 까눌레를 함께 즐기는 동지였다.

그러고 보면 초금대가 내 눈치를 보는건 늘 같이 즐기는 21세기 한국의 식품첨가물 때문인가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지만 눈앞의 삶에 찌들은 요정에게 집중해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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