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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작가되기 프로젝트 #자가출판 책쓰기 #소설쓰기 #글쓰기 #초보 글쓰기 #판타지

눈떠보니 다른세상-6 술법 술법은 우주 만물과 영적인 세계의 원리를 발견하고 세우는 것이고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어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신선이나 신령이 부리는 신비한 힘이라고도 알려져 있고 신선이 되는 수련 방법이라고도 알려져 있으나 인간들이 생각하는 도술보다 술법은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었다.  술법은 육체와 정신의 수련 모두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신이라고 알려진 천인이 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심신 모두 수련이 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능력이었다. 마법이 세상의 법칙을 비틀어서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방법이라고 하면 술법은 세상의 법칙을 어그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수만 가지의 법칙 중 하나를 현실에 구현하는 것이다.  세상의 변화를 실제로 볼 수 있게 하는 힘, 그래서 인간들의 짧은 인생으로는 시도조차 해볼 수 없고 겨우.. 더보기
눈떠보니 다른세상-5 믿을 수 없는 그날이 지나간 지도 벌써 며칠이 흘렀다. 평범한 보통 사람인 나는 그동안 분노의 5단계를 착실히 겪고 있었다. 그 첫째는 부정의 단계였다. 내가 그때 여행사 사장실의 문을 열고 나온 뒤에 본 것은 험상궂은 인상의 새까만 얼굴이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들은 어떻게 돌려 말해도 절대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인형처럼 표정 변화 없이 서서 새까만 옷을 입고 철판인지 가죽인지 알기 어려운 검은 갑옷 같은 것을 걸쳤는데, 전체가 다 까만 모습에 노란 눈만 형형하게 빛나는 상태라 지옥에 발 들인 기분이었다. 사극에만 나오는 칠흑 같은 어둠과 악마가 결합해 눈앞에 실체화가 된 듯했다. 누가 선택했는지는 알 수 없는 옷과 장식품들의 조화가 끝내줬다. 끝내주게 무서웠다는 소리다. 전형적인 .. 더보기
눈떠보니 다른세상-4 밤은 낮과는 다르게 인간의 시간이 아니었다. 밤에는 어둠에 가려져서 현실과 이면세계의 경계가 모두 밤의 장막에 가려져서 흐릿해졌기 때문에 밤이 되면 인간이 아닌 자들이 활동을 시작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것이 아니라 태양의 빛을 반사해서 스스로 빛나는 신비로운 존재였다. 그래서 보름이 되어 달의 시간이 강력해지면 이면 세계와 그 신비한 세계에 속해있는 자들의 힘이 강해졌다. 이 시간을 틈타 신비의 힘이 강해지면 흐릿해진 차원 결계와 뒤섞인 통로들로 인해 혹시라도 길을 잘못 들어 운 나쁘게 다른 세상으로 이동하는 인간들이 나올 수 있으므로 보름날 밤에 인간은 현실과 신비 세계의 경계에 있는 수미산 여행사로의 방문이 금지되었다. 그래서 두 세계의 경계에 발 걸치고 있는 인간이라고 하더라도 들어는 올 수.. 더보기
눈떠보니 다른세상-3 밤이었고 보름달에 가까운 약간 찌그러진 듯한 달도 분명히 확인했었다.  오늘따라 술술 들어가던 맥주가 상했던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깊은 밤이 분명할 이 시간에 여행사가 문을 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너무 기뻐서 정신이 나갔던 거야. 술 좀 깨면 별일 없이 공원에서 깨어나겠지. 여름이라 얼어 죽을 일도 없을 거고. 누가 좀 발견하고 빨리 좀 깨워줬으면 좋겠네. 자각몽은 내가 자각하면 금방 깨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축축해진 손바닥을 바지에 문질러 댔다.  몇 캔 마시지도 않았던 맥주가 도로 넘어오는 것 같았지만 일련의 사건으로 피곤해진 육체는 더 이상 논리적인 생각을 하는 것을 거부했다. 머릿속으로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마음이 좀 편해지며 주변의 풍경이 눈.. 더보기
눈떠보니 다른세상-2 ‘수미산 여행사’  수미산 여행사를 들르는 손님들은 세상의 중심에 있다고 알려진 수미산처럼 엄청난 여행사가 되겠다는 초대 사장의 꿈이 담겨 있어서 촌스러운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여행사는 주인이 바뀐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곳은 일반인들에게는 가성비 좋은 상품을 자주 출시하는 곳이라고 여행사라고 알려졌지만 사실 주 고객들은 인간이 아닌 다른 특별한 존재들이었다. 여행사를 주로 이용하는 손님들은 시간 여행 유전자를 보유 중인 인간과 영력이 높은 신선, 요괴, 영물, 신수 등의 존재들이 많았으며 아주 가끔 몇천 년 정도에 한 번씩 신들이 방문했다.  “백두산 여행 상품은 동났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잖아요. 새로운 상품은 내년이나 되어야 새로 출시될 예정이니 포기하고 이만 돌아가.. 더보기
눈떠보니 다른 세상-1 눈을 떠보니 낯선 세상은 적어도 웹소설을 보다가 잠에서 깨어나거나, 환생 트럭에 치이거나 남들은 포기한 인기가 없어진 게임에서 진 엔딩을 봤다거나 하는 흔한 사건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나는 달랐다. 사건이 일어날 아무런 전조증상도 없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고 평상시와 달랐던 것은 그저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바로 집으로 향한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한강공원으로 산책하러 간 것뿐이었다.  뭐가 문제였을까?  한강변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끝나가는 여름의 열대야를 이기기 위해 야외에서 밤을 불사르고 있는 젊은이들로 군데군데 채워져 있었다. 그들이 내뿜는 열기가 부담스럽고 혼자만의 자축이 시간을 가지고 싶었던 나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드나들기 쉬운 나들목 근처의 휴식지대를 지나쳤다. 그리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