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말 안 통하는 상담소 15 오랜만에 만난 것 때문인지 입에 맞는 음식이 반가워서인지 그녀들의 수다는 한참이나 계속되었고 온갖 시시콜콜한 이야기 속에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다. “ 팀장님, 근데 시그마 에너지 이야기는 들었어요? 디놀드 사장 투자금 들고 날랐다는 이야기요! ” 몇 달 사이에 이전 직장동료 중 연락한 사람이라고는 엘리슨밖에 없었던 시미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아니 처음 듣는 이야기인데. 투자금을 들고 날랐다고? ” “ 네, 거기 직원들 월급도 다 떼먹고 프로젝트 여러 개 돌리면서 예산 돌려 막기 시전 하다가 이번에 새로운 프로젝트 3개인가 수주받고 그 계약금 들고 날랐대요. 얼마 전에 업계에 소문 다 나서 공장 막고 암튼 난리였다고 하더라고요. 팀장님 뒤통수치고 아이디어 훔쳐서 독립하더니 2년도 못 채우고 끝장났더.. 더보기 말 안 통하는 상담소 14 밤과 낮 안과 밖의 온도 차이가 벌어지고, 때 이른 장마에 지친 사람들의 짜증이 늘어만 가는 계절이었다. 며칠 동안이나 축축하고 후덥지근해서 불쾌지수만 높아져 가던 날씨가 오랜만에 존재감을 강하게 내뿜고 있는 태양에 그 영향력이 밀려나 화창하고 보송보송하며 강렬한 열기를 느끼게 하는 진짜 여름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햇빛이 존재감을 발휘할 때는 그늘에 늘어져 시끄러운 매미 소리를 들으며 아이스크림이나 까먹는 것이 시미나의 여름 일상이었지만 오늘은 그동안 미뤄두었던 숙제를 위해 외출을 준비했다. 시미나는 데이트라도 하러 가는 사람인 양 오랜만에 여러 옷을 꺼내서 이리저리 대어도 보고 유니폼처럼 입고 다니던 추리닝도 멀리 던져버리고 평소에는 귀찮다고 입지도 않는 치마도 꺼내 입었다. 옷차림의 변화뿐만 아니라 .. 더보기 말 안 통하는 상담소 13 시미나가 미처 문을 다 닫기도 전에 욕설과 함께 그들의 사연이 들려왔다. 아무리 제 성질 다 부리고 살던 나프니아도 평소에는 관리자들 눈치를 보는 척이라도 하느라 적당히 조절을 해가며 사람들에게 함부로 굴고는 했는데 이번 사태로 고삐가 풀렸는지 뇌를 거치지 않는 막말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 아이 XX, 술에 취하면 다 XX 성희롱 XX…. 변명…. “ " 이야! 살벌하네~ " 언제 왔는지 반대편 끄트머리에 앉아있던 훌팩이 웅성거리고 모여있던 직원들 사이에서 얼굴을 드러내며 말했다. " 뭐래? 나올 때 뭐라도 좀 들었어? 훌팩이 회의실을 눈짓하며 묻자, 회의실 주변에 모여있던, 호기심에 가득 차서 반짝거리는 부담스러운 눈빛들이 일제히 시미나에게 집중되었다. " 전 무슨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금방 나왔는데.. 더보기 말 안 통하는 상담소 12 시미나가 뜻밖에 찾아온 자아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있든 말든 하루는 잘 흘러갔고 열렬하게 기다릴 때는 느리게 오던 퇴근 시간도 심심할 틈 없는 여러 사건으로 인해 성큼 다가오고 있을 때였다.----------------------------------------------------- ] 시미나씨 안 바쁘면 잠깐 13번 회의실로 오세요. ----------------------------------------------------- 파트장의 호출이었다. 시미나가 근무하는 이 상담센터의 정확한 명칭은 아-유 지구 16920번째 우주 상담소 솔라 센터였는데, 상담소의 최고 우두머리인 소장은 시미나가 이곳에서 일을 할 동안은 전혀 마주칠 필요가 없으므로: 대기업 사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직급이 있었지,.. 더보기 말 안 통하는 상담소 11 소문의 원인들은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지만, 한가해진 시간의 시작으로 인해 직원들은 관리자 눈치를 보며 몰래몰래 소규모로 모여 일상의 지루함을 한 순간에 날려주는 이 재미난 사건을 쑥떡거리며 즐기기 시작했다. 짐작하고 있던 이들은 터질게 터졌다는 듯 몰랐던 사람들에게 아는 척을 하며 이들의 관계성을 입으로 퍼 날랐으며, 이 직장 신파극을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은 호기심에 가득 찬 눈들을 반짝거리며 후속작을 기대했다. 훌팩은 둘 다에 해당했다. " 왜 하필! 제일 재미있을 때! 안타깝네! 훌팩이 즐겁다는 것을 숨길 생각도 없이 비어 있는 자리에 앉으며 이야기했다. " 다 들려요!" 시미나는 자리로 돌아가는 주인공들이 듣기라도 할까 조용히 속삭였다. " 들으라고 말하는 거야. 소란을 일으킨 사람들도 주변 사람 .. 더보기 말 안 통하는 상담소 10 시간은 늘 상대적으로 흘렀지만 잉여 인간으로 살기로 한 시미나의,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던 멈추어져 있는 듯한 날들에서도 변화가 인식될 정도로 계절이 바뀌어 가고 있었다. 이제는 포근한 듯 선선하게 느껴지던 공기가 저녁 시간에 접어들었을 때도 그 열기를 머금기 시작했고 낮의 활력이 밤의 그림자를 더욱 밀어내며 그 존재감을 늘여가는 여름의 초입에 들어섰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점점 더 가벼워지고 손에 든 음료수도 차가움과 꾸덕꾸덕함을 내뿜고 있는 아이스 종류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시미나도 자연의 힘에 굴복하여 뜨거운 커피를 포기하고 ’‘ 노란 산 탱글탱글 자두 품은 폼폼 에프 화산 블렌디드’라는 이름도 괴상한 음료를 손에 들고 있었다. 시미나는 절대 이 음료를 주문하고 싶지 않았지만, 최근 자주.. 더보기 말 안통하는 상담소 9 늘 그렇지만 시미나의 상황은 전혀 상관하지 않는 세상은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별처럼 반짝거리는 야경을 배경으로 낮만큼 반짝거리는 아-유 지구의 밤은 활기가 넘쳤고, 18층 휴게실에서 보이는 이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 삼아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주변에서 넘쳐나고 있었다. 남에 대한 소문 이야기였다. 이 거대한 센터에서 절대 만나지 않을 팀들이 수도 없이 많이 있는데 왜 하필 이런 일이 시미나의 팀에서 벌어졌는지 한탄이 나올 따름이었다. " 그런데, 미나씨 한테 모런씨가 고백 안 했어?? 나 이번일 들었을 때 혹시나 하기는 했거든~. 물론 미나씨가 훨씬 아깝기도 하고, 내가 미나씨 성격 아니까 설마 하기는 했는데...." 선한인의 수다가 길어지고 있었고, 그녀의 육감에 시미나는 소름이 돋았다.. 더보기 말 안 통하는 상담소 8 누군가의 구구 절절한 억울함과는 상관없이 세상은 잘 돌아갔다. 여전히 바쁘고 정신없고 혼란했다. 시미나는 익숙한 듯 또 다른 하루를 보내고 있었고, 일 처리를 위해 문의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듯 다른 반응을 보였다. 불특정 다수가 문의를 위해 전화하는 것은 여전했지만, 업무 처리가 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고객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정말로 띄엄띄엄 오는 행운의 날인 듯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퍽'하고 의자를 치고 지나갔다. 깜짝 놀라 쳐다보니, 이 상담소의 최고 문제아 중의 하나인 나프니아였다. '또, 너냐?'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그녀는 시미나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사과 한마디 없이 지나갔다. '재 오늘 왜 저래 진짜! '라는 생각만 하고 상대하기..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다음